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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아빠 일상

블로그 예약 발행|나는 녹화방송처럼 운영합니다

by 느린 아빠 2025. 5. 23.

 

나는 요즘, 누구보다 빠르게 미래를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하루 이틀 먼저 살아내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방송으로 치면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 방송.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미리 만들어두고 기다리는 삶이랄까.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 조용해진 집안,
그때부터 내 하루가 시작된다.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는 시간은
누가 보지 않지만 나름의 ‘출근’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했다.
아빠가 요즘 매일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처음엔 그냥 내가 좀 이상해 보일까 봐,
그리고 무언가를 하다가 또 금방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하루에 두 편씩 글을 쓰는 게
이젠 어느새 내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컴퓨터를 쓰기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무래도 글을 쓰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미리 이틀 치, 길게는 사흘 치 글을 써두는 습관이 생겼다.

월요일에 쓰는 글은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올라간다.
하루가 아니라, 이틀, 사흘 먼저 살아가는 셈이다.
남들보다 조금 앞서 있는 느낌,
가끔은 그게 묘하게 나를 지탱해주는 것 같다.

남들은 아직 겪지 않은 오늘을
나는 이미 글로 한 번 살고 나서
그제야 일상을 시작하는 사람이랄까.

가끔은 내가 너무 조급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굳이 이렇게까지 미리 해놓지 않아도 되는데,
마치 내가 늦어질까 봐,
또 놓칠까 봐,
늘 앞당겨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리듬이 나쁘지만은 않다.
매일 새벽같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그래도 너 오늘 이거 해놔야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루틴이 생겼다.

무엇보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이 일을
내가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내고 있다는 게
요즘 나에게는 꽤 큰 위안이 된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이 글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땐 지금보다 더 당당한 마음으로
“아빠가 이런 시간도 보냈단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조금 앞선 시간 속에서
묵묵히 나만의 녹화 방송을 만들어두려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처럼 미리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또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오늘도 같이 걸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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