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 느린 삶
퇴직 후,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유독 비온 다음 날 아침은 더더욱 여유롭다
퇴직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 삶이 오랫동안 ‘경제적 여유’를 향해 달려왔다는 것을.
아이 셋을 키우는 다둥이 가족의 가장으로서,
나는 언제나 돈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집세, 식비, 학원비.
특히 첫째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학원비가 생활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퇴직 후, 고정 수입이 끊겼다.
눈앞에 다가온 경제적 현실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생활비 걱정, 아이들 교육비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매일 마음을 짓눌렀다.
이제는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막상 닥쳐온 건 두려움과 초조함이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빨리 다시 자리잡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게으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억지로 채우려 할수록,
마음은 더 초조해졌다.
그러다 문득,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늘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 달려야 하는 게 아니었다.
퇴직후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돌아오는 길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비가온 다음 날 이라서 그런지 하늘이 정말 맑았다
이제는 걸으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가끔 스치는 바람,
따뜻한 햇살을 느끼게 됐다.
느린 삶이란,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삶이 아니었다.
그저 삶 자체를 천천히 바라보고,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였다.
아침마다 무조건 달려나가던 나 대신,
이제는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는 내가 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끝내지 못해도,
그게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학원 스케줄에 맞춰 재촉하고 다그쳤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조금 더 함께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빠르게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매일 조그만 걸음을 쌓아가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블로그를 쓰는 일도 그렇다.
매일 대단한 글을 쓰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냥 오늘 느낀 것을 기록하고,
그 하루를 살아낸 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
경제적 여유는 여전히 부족하다.
학원비는 여전히 무겁고,
생활비는 늘 빠듯하다.
하지만 마음은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나는 더 이상 남들과 속도를 비교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이 느린 걸음이
어쩌면 가장 나다운 걸음일지 모른다.
오늘 하루를 다 살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느린 삶이란,
모든 걸 포기하고 내려놓는 것이 아니었다.
내 속도에 맞게 걸어가는 용기,
내 하루를 나답게 살아내는 힘이었다.
빠른 세상 속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내 작은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퇴직 후에 비로소 배우고 있는
진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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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마음의 멈춤은, 결국 이 글에서부터 시작된 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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