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보낸 특별한 주말 저녁 식사
주말 낮,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다가
“뭐 먹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린이날을 앞둔 토요일,
딱히 외식이나 배달할 기분은 아니었고
아이들도 어디 나가자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둘째가 툭 던졌다.
“우리 월남쌈 해먹을까?”
순간 나도 웃음이 나왔다.
집에 월남쌈 재료가 완벽하게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그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냉장고를 열어봤다.
깻잎, 양배추, 당근, 맛살, 후르츠 칵테일.
딱 이 정도.
고기도 없고, 숙주나 쌀국수 같은 건 당연히 없었지만
그냥 있는 재료로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채소를 썰기 시작했다.
도마를 하나씩 놓고, 각자 칼질을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참 재밌었다.
나름 진지하게 썰고는 있었지만,
서로 먼저 하겠다고 소리치고
누가 뺏었다고 울먹이고
하나는 잘 썰었다며 자랑하고
또 하나는 담아둔 걸 통째로 엎어버렸다.
“아빠, 얘가 나 밀었어!!”
“아니야! 먼저 내가 썰고 있었잖아!”
“왜 당근만 잔뜩 썰어?! 고기는 없냐고!”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아이들만의 열정과
주말을 함께 채워가는 시간이 느껴졌다.
식탁 위에 접시를 펼치고
재료를 예쁘게 담았다.
깻잎이 향을 잡고, 당근과 양배추는 색을 만들고,
후르츠 칵테일이 마지막 터치를 했다.
라이스페이퍼에 각자 취향대로 싸서 먹기 시작했는데
진짜 아이들은 눈이 반짝였다.
“와, 진짜 맛있다.”
“나는 후르츠 넣는 게 제일 맛있어!”
“이거 또 해먹자!!”
한 입 먹고는 엄지를 척 들어올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정말 간단한 재료였는데,
아이들은 그저 ‘같이 만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훨씬 더 즐겁게, 맛있게 먹었다.
고기가 없어도 이상하게
고기가 든 것처럼 맛있다며 웃더라.
누가 더 잘 만들었는지,
“아빠, 엄마! 내가 더 잘 싸지 않았어?”
서로 자기가 만든 걸 자랑하고
심지어 서로 먹여주겠다고도 했다.
막내가 큰형에게 쌈을 들이밀고,
“한 입만 먹어봐, 내가 만든 거 진짜 맛있어.”
그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화려한 어린이날 외식도,
값비싼 선물도 없었지만
이렇게 함께 칼질하고, 싸먹고,
웃고 울고 실랑이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제의 월남쌈은 그런 하루였다.
조금 시끄럽고, 조금 어설펐지만
그만큼 따뜻했던 우리 가족의 주말 저녁.
이건 뭐 대단한 이벤트도 아니고, 거창한 준비도 없었지만
결국 이것 또한 우리 가족의 주말 추억 한 페이지가 됐다.
나는 원래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 아니다.
그날도 정신없이 웃고, 칼질하고, 먹다 보니
만드는 과정 사진은 몇 장 남기지 못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게 내심 조금 아쉽다.
다음엔 꼭 더 많이 담아둬야겠다고,
그때의 웃음까지 오래 남기고 싶다고
조용히 다짐하게 되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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